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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일지/토이프로젝트

SKT 2023 Prompter Day Seoul 후기

_eun 2023. 9. 26. 22:06

SKT에서 주관하는 Prompter day 해커톤에 참가했다.
서류 - 예선 - 본선으로 구성되었고, 상금이 어마어마한 해커톤이었다.
OpenAI와 함께 하는 해커톤이라 그런지 규모가 꽤 컸다. 그리고 꼭 openAI의 서비스들을 이용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점이 특이점이었다.
이제 막 LLM을 사용해야 했던 인턴십을 끝낸 상태라 꽤나 익숙하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 서류 마감 일주일 전에 부랴부랴 대학 선배들을 모아서 팀을 구성했다.
 

심사 프로세스

1. 서류

프로젝트 제안서와 MVP 링크, 3분 소개 영상을 제출해야 했다.
학교에서 함께 일할 땐 아무것도 모르는 학부생이었는데, 이제 다들 직장인이다보니 뭐든 알아서 척척 해서 놀라웠다.
아이디어 회의 좀 하고, 우리 자율주행로봇 만들던 팀이었던 거 감안해서 하드웨어가 가미된 아이디어로 확정되었다.
다들 바빠서 만날 시간이 부족해서 하루 일과 끝나고 밤 10시부터 만나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작업하고 순댓국 먹고 헤어졌다. 
서류 준비를 하루 컷으로... 했지만 왜인지? 서류를 합격했고, 예선을 보게 되었다.

 

2. 예선

예선에서는 발표와 Q&A 시간을 모두 합쳐 10분 이내로 완료해야 했다.
발표 시간을 굉장히 타이트하게 잡았고, Q&A로 다 풀어낸다는 전략으로 준비했다.
 
근데 이 날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의 일정이 있어서 중간에 왔다 갔다 하느라 정신이 좀 없었다. 스터디룸을 빌려서 발표를 해야 했는데, 내가 스크립트를 다 완료하지 못한채로 발표 15분 전까지 수정을 하였다. 하하...
게다가 긴장했는지 배가 슬슬 아파서 예민한 상태이기도 했고.
 
하지만 기우였는지 다행히도 심사위원분들이 재밌게 봐주셨고, 우리 팀의 에너지가 잘 전달된 것 같았다.
사실 이 예선도 거의 하루컷 했기에... 상위 40팀에 뽑힌 것만해도 정말 많이 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본선에도 합격한 것이... 이왜진?😂

 

3. 본선

예선 합격 메일이 온 것이 월요일이고, 본선이 토요일부터 시작이라 준비 시간은 많지 않았다. 팀원들이 직장인이라 시간이 많이 없었고, 더군다나 하드웨어 만들고 테스트해야 하는데 내가 할 수 없어서 미리 개발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래도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며 주말을 기다렸다.
 

 
본선은 주말에 무박 2일로 강남에서 진행되었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대규모 해커톤은 처음이었는데, 확실히 학생 레벨에서 준비하는 것과 완전히 달랐다. 
skt 답게 네트워크 장비를 빵빵하게 준비해주셨고, 예외 상황에 대비를 정말 많이 준비한 것처럼 보였다. 
프로세스와 정책들이 잘 정비되어 있고, 멘토 분들도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행사 진행에 있어서도 많이 배우게 되었다.
 
토요일에는 개발을 계속 진행하면 되었는데, 중간중간 연사님들의 발표 세션이 있었다. 
세션들이 모두 흥미로웠는데, 메모를 안해놓아서 다 휘발돼버렸다 ㅠㅠ
그 전날 밤을 새고 온 터이기도 하고, 하드웨어 세팅에 개발에 어쩌고 저쩌고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세션 때도 집중 잘 못하고 실시간으로 '오 좋은 말이다' 이렇게 생각만 하고 적지 않았었는데, 왜 그랬니..
 
일요일에는 오전에 모든 팀 발표하고 시상식하고 해커톤이 종료되었다.
오전에 팀 발표를 듣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사실 우리 팀은 본선에 오기 전까지 대학생 수준의 해커톤을 예상하고 있었고 즐기자는 마인드로 크게 힘을 주지 않고 있던 터라, 본선에서 많은 것을 준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팀들은 달랐다. 정말 진심으로 해커톤에 임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고, 정말정말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발표와 완성도를 보면 본선 기간 내에 만들 수 있는 퀄리티가 절대 아니긴 하다. 이미 많이 개발이 된 상태로 본선까지 왔고, 본선에서는 아마 멘토 분들에게 피드백 받은 부분들을 수정하거나 QA를 하면서 이슈 대응하거나 했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다.
 
나는 해커톤 서류 접수 바로 직전에 LLM을 이용한 서비스를 기획/개발 하는 인턴십을 마쳤다. 그래서 인턴십에서 AI를 활용한 아이디어를 팀원들과 정말 많이 논의해보고, 다른 팀들의 아이디어를 듣기도 많이 들었다. 그 중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이미 존재하는 아이디어, 식상한 아이디어 라고 치부되었고 빛을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이 해커톤 본선에서 인턴 때 논의 했던 아이디어가 20팀 중 절반이 될 정도로 정말 많았다.
그걸 보면서 '해커톤은 어차피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생각했던 게 좀 부끄러워졌다. 아이디어가 식상하더라도(사실 신박한 아이디어라는 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떻게 구현하냐에 따라서 프로덕트가 정말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 부분에서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모든 분야의 사람이 기획력이라는 것을 어느정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건 조력일 뿐, 확실히 전문가가 만든 프로덕트는 대단했다.
 
그래서 우리 팀은 수상하지 못했지만 아쉬운 점이 없었다. 다른 팀들에 비해 완성도나 노력 면에서 너무나도 부족한 걸 알고 있었다.
오히려 수상하지 못한 다른 팀들이 아쉬울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다들 너무 노력을 많이 했고,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
 
내년에 다시 이 해커톤이 열린다면, 그 땐 정말 최선을 다 해서 나도 같이 경쟁해보고 싶다.
 
 

느낀 것들

좋았던 점

1. 주최 측의 적극적인 지원이 너무 감사했다

우리 팀이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해서 작업 공간이 필요했다.
납땜을 해야 하는데 밀폐된 공간에서 하면 안되니까 외부에 공간을 마련해주시도 했고, 3D 프린터 때문에 자리가 추가적으로 필요했는데 구석에 따로 또 마련해주셨다.
참여자분들이 불편하지 않고 최대한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신경써주시는데 내가 다 감동했다. 보통은 이럴 때마다 안된다거나 그냥 여기서 하세요~ 하고 알아서 가서 다 세팅해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 배려해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다.
게다가 유일한 하드웨어 팀이다 보니,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신기했다(그 관심에 부응한 결과는 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멘토 분들이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힘나는 말들 많이 해주셔서 끝까지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열심히 납질 중
제작을 위해 따로 마련해주신 공간

2. 뛰어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서 나오는 그 에너지

사람들의 열정과 성과에 감동했다.
최근 몇 개월간 개발에 대한 회의감에 휩싸여 있었다. 내가 개발로 뭘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자신감은 물론 열정과 의욕 모두 상실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 해커톤도 정말 편한 사람들과 즐겁게 그냥 놀고 싶어서 참여를 했었다.
이런 상태로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니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20팀이 모두 발표를 5분씩 진행했고, 중간중간 딜레이도 있다고 생각하면 총 2시간 동안 발표만 듣고 있었어야 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였다. 벌써 끝났나? 싶을 정도로 성과가 대단했고 존경스러웠다.
 
여튼 이런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내가 자극을 받았다. 이번엔 나도 최선을 다 했기 때문에 결과가 어찌됐든 긍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이렇게 부족한 시간에도 다들 열심히하고, 또 그렇게 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분위기와 열정에 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다시 얻은 것 같다.
 

3. 필요한 것을 어떻게 딱 알고 제공해주신 굿즈들

굿즈로 슬리퍼, 후드티, 에코백, 스티거 가 제공되었다. 슬리퍼를 주는 해커톤은 처음이었다.
슬리퍼가 진짜 필요한데 사기도 애매하고 챙기기도 애매한 그런 건데, 딱 제공해주시니 센스가👍
후드티도 요긴하게 잘 썼고, 스티커는 예쁘게 잘 활용할 예정이다 :D

 

4. 오랜만에 해커톤 나가서 그냥 신남

오래만에 대학 사람들 만나서, 그 때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함께 프로젝트를 하니까 그냥 너무 즐거웠다. 요즘 이 사람들이랑 만나서 술마시고 노는 것밖에 하지 않아서😅 몰랐는데,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구나 새삼 다시 느꼈다.
학부생 때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직장인 되니까 더 멋있어졌다.
내가 정말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존경하는 몇 안되는 사람 중 2명과 함께 해서 더더욱 좋았던 시간.
그래서 정말 이 해커톤 그냥 나 혼자 너무 신나서 우리 팀 스티커도 만들고 제품 스티커도 만들어서 갔다.
대학교 해커톤 느낌 생각하고 만들어 간 거였는데 막상 가보니 분위기가 너무 진지해서 잘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우리 팀 분위기 살리는 데는 한 몫했을 지도 ㅋㅋ큐ㅠㅠ
폴라로이드 가져가서 사진도 찍고 그냥 잘 즐겼다는 것 하나로도 만족한다😂

 
 
 

아쉬웠던 점

1. 다른 팀들과 의 교류가 부족했다

끝나고 나니 더 아쉬운 점이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이 한 곳에 모일 기회가 많이 없으니, 대화를 조금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사실 한 공간에 있으니까 그냥 가서 말 걸면 되긴 한데, 다들 예민한 상태이고 한국인 특성상 명문없이 가서 말 거는게 좀 힘든 분위기였다.
이런 오프라인 행사에서는 꼭 교류할 수 있는 세션이 있었으면 좋겠다. 인맥도 쌓을 수 있고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어서 서로 윈윈인데, 너무 아쉽다.
그 사람들... 친해지고 싶다.... 어떻게 구현했는지, 뭐 하는 사람들인지 한 팀씩 다 가서 커피챗하고 싶다.....

2. 이틀 동안 만의 해커톤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른 팀들의 발표를 보면 구현 정도랑 완성도가 말도 안된다. 아무리 MVP가 있었다고 해도, 저걸 이틀 안에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좀 더 아쉬움이 있었는데, 우리 팀이 좀 더 잘 준비할 걸 이라는 점과 출발점과 도착점이 모두 다 동일했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해커톤을 2박 3일로 잡고, 첫 날 주제를 공개하고 다 같이 출발하면 그 부족한 시간 내에서 어떤 재밌는 일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3. 제대로된 AI 프로덕트를 만들지 못했다

이건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웹 개발자가 나 혼자 이다보니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본선 전까지는 무조건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무리더라.. 그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정신 상태가 멀쩡하면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오픈된 장소이고 기획이 계속해서 바뀔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에 하는 김에 배우고 싶었던 Java+Spring을 사용해보려고 했으나, 처음 해보는 것이다 보니 리서칭하는데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가 되었다. 이러다가는 본선에 가서 이슈 대응을 아예 하지 못할 것 같아서 nest.js로 변경하였다. 처음부터 js 사용했으면 시간이 좀 더 많았을 텐데 너무 아쉬웠다. 이거 하느라고 덕분에 본선 전날 밤을 새서 본선 내내 제정신 아니었다. 근데 밤 안샜으면 아예 완성 못했을지도...
그리고 직전에 프롬프터 데이와 목적이 동일한 인턴십을 진행했었는데, 그 때 LLM 관련 아이디어 회의도 많이 하고, 기획을 엎어도 보고, openAI api도 꽤 써보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법에 대해서도 리서칭을 많이 한 상태였다. 그래서 적용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웹 개발이 완료되지 않으니.. 완성도를 높이는데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서 제품의 한계가 명확했다. 내가 서비스 개발을 먼저 다 끝내놓고 프롬프트 퀄리티를 올리는 쪽에 더 신경을 썼으면 좋았을 텐데.. 팀 전체적으로 LLM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다 보니 이 부분을 놓친게 가장 아쉽다. 
 
그래도 다른 팀들의 프로덕트를 보면서 인사이트를 많이 얻었다. 직접 AGI를 활용한 서비스를 만들어 보고도 싶고, 시도하고 있는 회사에서 일해보고도 싶다.
 


 
이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해커톤이 마무리되었다.
개발에 대한 회의감이 든 이후로 블로그 포스팅도 멈추게 되었는데, 이걸 깰만큼 기억하고 싶고 값진 경험이었다.
대기업이 괜히 대기업이 아닌지 자본 냄새가 많이 나는... 해커톤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 좋은 퀄리티의 프로덕트가 많이 개발되었고, 참가자 분들도 훨씬 질좋은 경험을 하지 않았나 싶다.
 
내년에도 혹시 이런 해커톤이 열린다면, 그 때는 정말 전력을 다 해서 무조건 참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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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무박 3일하고 너무 힘들었던 이후 이야기

원래 토요일에 아이유 팬콘서트 가기로 했는데, 본선에 진출한 덕분에 그 표는 친구에게 양보하고 일요일 표를 구했다.

해커톤 마무리 되고 나오는데 진짜 헤롱거려서 미치는 줄 알았다. 해커톤 중간중간 좀 자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3일을 버티기는 택도 없었다. 콘서트장 근처 카페에 가서 좀 자야지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 역시 일찍 와서 기다리느라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결국 티켓 수령하고 공원 길가 벤치 한가운데서 가방 끌어안고 잤다. 덥고 창피하고 그런거 다 필요없고 너무 힘들었다. 그토록 고대하던 팬콘서트였지만? 다 포기하고 그냥 집에 가서 자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하지만 언제 또 아이유를 보겠냐는 생각에... 꾹 참고 콘서트가서 소리 내내 지르다가 집에 와서 기절했다.

17시간 자고 일어났는데 정상적으로 몸이 돌아오지 않아서 저녁 먹고 또 바로 기절했다.

앞으로는... 미리미리 준비 철저하게 해서 수명 앞당겨 쓰는 일 없도록 하자.

 

결론은 해커톤 끝나고 아이유 팬콘서트 갔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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