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wSpace] 해, 커리어 회고

💉 공모전 중독

대학교 3학년 때부터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자주 공모전과 해커톤에 참여하고, 가끔 수상도 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개발을 거의 해본 적이 없어서 좋은 코드나 좋은 설계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기능 구현에만 급급했습니다.

그렇게 2년을 지내다 보니 저는 공모전에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공모전에 중독되지 마라"는 말을 들어보신 분도 꽤 있을 겁니다. 공모전이나 해커톤은 대부분 단기간에 기획과 개발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아마도 공모전에 제출했던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나가서 런칭 후 운영까지 가지고 가는 프로젝트는 흔하지 않을 겁니다.
바로 이게 문제입니다. 공모전이나 해커톤의 결과가 주는 성취감은 달콤하지만, 이게 끝이라는 것.
그 때 작성했던 코드는 다시 볼 일도 없고, 데모만 잘 하면 되기 때문에 어떻게든 기능만 잘 구현하면 됩니다. 그래서 더러운 코드와는 상반되는 뿌듯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네! 제가 이제까지 그렇게 개발을 해왔습니다🥲
(조금 변명을 하자면 개발을 계속해서 독학을 하고 있었고, 진로를 완벽히 정하지 못해서 갈팡질팡하면서 이것저것 해보고 막 그런 상황에서 개발을 하다보니 그랬던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사이클을 끊어준 것은 바로 우테캠...)

그런데 하필 원티드에서 대규모 해커톤을 진행한다는 광고를 봤고, 또 거기에 심장이 나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해커톤 중독자인 걸 인지하고 있었던 상태였지만, 이번 해커톤은 조금 다를 거라는 생각이 뇌를 지배했습니다. 바로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와 함께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이제까지 참여했던 해커톤은 대부분 개발자들로만 참여를 했었는데, 그래서 항상 기획과 디자인에 목이 말라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년에 졸업반이라 이런 해커톤을 참여하는 것도 아마 마지막일 거라는 생각이 든 것도 한 몫했습니다.

그렇게 뇌는 지배당해 어찌저찌 spacer라는 팀이 결성이 되었고, [크루 스페이스] 라는 서비스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 Crew Space, 크루 스페이스

크루 스페이스는 동아리 운영진을 위한 동아리 공지/정보 제공 및 동아리 운영 관리 서비스입니다.
저를 포함한 팀원 모두가 동아리를 운영&경험해봐서, 공감되는 지점을 찾은 후 기획되었습니다.
핵심 문제는 동아리의 중요한 정보가 분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동아리 운영진은 카톡, 페이스북, 인스타, 노션 등 여러 플랫폼에 공지를 올려야 하고, 동아리원은 이 공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플랫폼에서 확인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특히 카톡의 경우에는 잡담방과 공지방이 따로 나누어져있는 것은 물론이고, 운영진이라면 운영진 톡방, 기수가 나누어진다면 기수별 톡방 등 단톡방 자체가 너무 많아지게 됩니다. 여기에 올라오는 정보들은 스택에 쌓여 시간이 지나면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문제도 있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크루 스페이스가 고안되었습니다.
MVP 기능으로는

1. 회원 카테고리별 공지 분류
2. 나에게 필요한 공지만 따로 보기
3. 카테고리별 커뮤니티 글 분류
4. 공지 저장 및 고정

입니다. 이 기능들을 위주로 데모를 진행하였습니다.

👩‍💻 개발 과정

사실 해커리어도 단기간(개발 기간 2주)에 진행되다 보니 위에서 말했던 공모전의 문제점이 역시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지성 코딩이 아닌, 의도적으로 시간과 퀄리티를 타협한 것이고 현재 코드(21.12.15. 기준)의 문제점들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시간이 없어서 퀄리티가 낮다는 건 아직 제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뜻인 것 같네요!)
그리고 저는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이지만, 모바일 서비스라는 점에 맞춰서 React Native로 개발을 하게 되어 러닝 커브도 조금 있었습니다(지금은 괜히 RN으로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생태계를 잘 몰라서 자료와 코드 레퍼런스를 찾아보는 것에 시간을 꽤 많이 할애했습니다.

그리고 데모 날에는 가라로 구현한 기능도 역시 있었습니다. 하하하😎

기획자와 협업

기획자는 제 인생에서 본 적도 없고, 그래서 당연히 함께 일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획자가 있어도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었는데, 경험이 많은 기획자와 함께 한 덕에 어떤 요구를 해야/들어줘야 하고, 어떤 논의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까지는 오랜 시간을 두고 개발을 하다보니 마감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어서 대부분 요구 사항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시니어 개발자분들이

메타 인지를 키우기 위해서, 작업 시간이 어느정도 소요될 지 항상 계산하고 피드백하라

는 것을, 뇌로만 인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발을 하면서 이 말의 의미를 몸소 경험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1. 현재 바로 할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못하는 것을 구분하고
2. 태스크의 우선순위를 나누고
3. 진행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공유하는 것

을 많이 연습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항상 함께 해주고 할 수 있게 도와주었던 기획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디자이너와 협업

디자이너와 이렇게 가까이서 함께 작업한 것도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이렇게 퀄리티 높은 디자인 시안을 받고 개발하는 것도 정말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계적인 마크업을 잠시 멈추고 디자이너의 의도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생각하는 기준이 '나'였기 때문에 추상적으로만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곧 UX 관련 도서를 구입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함께 해준 디자이너가 해준 아주 고마운 말이 있었습니다. 본인이 개발자와 이렇게 가까이서 함께 일해본 건 처음이고, UI디자인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개발적으로 어떤 게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디자인 시안이 어떻게 기술적으로 돌아가는지 등 잘 몰랐었는데 많이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속으로 '난 별로 뭘 말하지 않았었는데...?'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왜냐하면 디자이너라는 전문가가 있어서 이 부분은 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에 대해 제가 다른 대안이 떠올라도 말을 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후에, 더 적극적으로 그 디자인의 영역을 조금 침범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소통을 더 많이 해야 서로 하는 작업에 대해서 원인과 결과를 이해를 할 수 있겠더라구요?(그 때는 몰랐음)
어쨌든 이 말 덕분에 깨달음을 얻었고, 앞으로 디자이너를 더 귀찮게 할 예정입니다☺️.

백엔드 개발자와 협업

이제까지 저는 프로토타입을 보며 DB를 먼저 설계한 후 api 작성을 했었는데, 순서를 반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하는 것이 프론트엔드와 소통하기 더 수월하다는 점도 크게 깨달았습니다.

api를 먼저 작성하게 되어서 프론트에서 받을 데이터를 DB설계 전에 함께 체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함께 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이 덕분에 (1)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서로 개발을 시작하기 전에 한 번 논의를 끝냈었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수정&개선 방향을 쉽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 신뢰도가 올라갔습니다.
함께 일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동료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동료에게 신뢰가 없으면 의심(일단 이것부터 스트레스 -> 부정적인 말 -> 감정이 상함 -> 신뢰도 하락의 부정적인 사이클을 돌면서 점점 대화하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어 말 그대로 비즈니스 관계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백엔드 개발자께서 이미 프론트와 협업을 많이 해오셨어서 그저 그(빛✨)의 프론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받으며 높은 신뢰도와 함께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DB를 갈아엎지 않기 위해, 미래에 골치 아플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확장성 높게 설계하기 위해서 머리를 쥐어짜내는 백엔드 개발자를 보며 더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팀이 되었다는 것

심사위원분들 중 한 분이

spacer 팀은 각자 분야를 나누지 않고 어떤 문제가 있으면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라고 해주셨는데, 너무 감명 깊은 말이었습니다.

너무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이 말을 하신 건 그렇지 않은 상황도 많이 있다는 뜻일 겁니다. 그만큼 저희 팀이 이 서비스에 진심이었고, 함께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이분화된 사고를 가지지 않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 해커톤은 끝났지만

크루 스페이스는 계속될 예정입니다.
팀원 모두 크루 스페이스 서비스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해서, 런칭까지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코드 퀄리티를 높이고 좋은 기능도 많이 추가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다음 글에서 얘기하겠지만 대부분의 화면을 웹뷰로 전환하는 작업도 함께 할 예정입니다(눈물...)

마지막으로,
해커톤 기간동안 조금(많이) 힘들었지만 포기한 것보다 얻은 게 훨~씬 많아서 참여하기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한 팀원들이 각자 분야에서 너무 잘 해서 제가 가장 수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인연을 만나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고 저에게 가장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크루 스페이스 개발할 예정입니다!